외국인 투자유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전략일 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고용 창출과 산업 기반 확충을 위해 크게 공을 들이는 분야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다국적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에 주목해 보면, 이렇게 중국에서 탈출하는 다국적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이 ‘외국인 투자유치의 금광’이라고 흥분하는 일부의 주장을 이해할 만하다.
우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소위 ‘차이나 엑소더스’라고 불리는 제조업 탈중국 현상이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이전부터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 현재까지 이어지는 차이나 엑소더스의 대부분은 가파르게 상승한 중국 인건비를 견딜 수 없는 저부가가치 단순 제조업 부문이라는 것이다.
즉 중국의 인건비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인건비의 3~4배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자, 단순 제조업의 탈중국 현상이 빨라진 것이다. 한편 중국 공산당과 경제관료들은 최근까지 차이나 엑소더스가 단순 제조업을 해외에 이전해 오히려 중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할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고, 반도체 생산보조금 제공을 조건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기술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첨단기술 산업에서의 차이나 엑소더스도 올해부터 관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을 탈출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투자유치를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정책은 결국 한국 기업의 국내외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의 산업·정책적 의미와 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단순한 접근은 오히려 국내 산업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첫째, 외국인 투자에 대한 투자 유인으로 논의하고 있는 외국 법인의 법인세 인하 정책과 기타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 인센티브는 이미 중국도 버린 정책이다. 이런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 및 산업은 결국 비용 경쟁력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저부가가치 단순 제조업이다. 즉 모든 업종에 무조건 적용하는 투자 인센티브 정책보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특정 전략산업 및 업종에 특화한 투자 인센티브 정책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일자리 창출과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투자 인센티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의 투자금액은 772억달러에 달했으나, 국내로 들어온 해외 기업의 투자액은 180억달러에 불과했다.
차이나 엑소더스로 인해 동남아로 향하는 단순 제조업의 이전 현상을 보고 동남아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의 정책을 흉내 낼 때가 아니다. 기술 집약도가 높은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투자 유인을 느낄 수 있는 전략적 정책 개발이 절실하다. 시스템 반도체와 첨단 배터리, 미래차, 정밀화학 등 전략산업에 특화한 투자 인센티브 정책, 국내 투자의 최대 복병인 노동시장 유연성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이야말로 절실하게 필요한 투자유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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