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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은행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내후년까지 2000조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지방은행의 오피스와 상가 등 담보대출이 대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예금 인출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지방은행에서 대출 부실화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권이 연쇄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모건스탠리의 최근 분석을 인용해 “2025년까지 1조5000억달러(약 1980조원)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며 “어떤 금융회사가 대출 차환이나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만기를 앞둔 대출의 담보자산인 오피스빌딩과 호텔, 상가 등의 부동산 가치가 폭락하고 금리가 급상승한 탓에 대출 연장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점점 증가해 2027년엔 5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과 기업들은 2021년까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1년 혹은 3~5년 만기 일시상환 대출로 빌딩이나 상가·창고 등을 높은 가격으로 사들였다. 이후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닥치며 만기 대출 연장이나 차환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자사 펀드가 보유한 로스앤젤레스(LA)의 오피스빌딩 두 곳에 대한 7억5500만달러 규모 대출 연장을 포기해 빌딩이 압류됐다. 자산운용사 핌코가 운용하는 한 펀드는 2021년에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의 7개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며 이를 담보로 17억달러 규모 대출을 일으켰으나 높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월 파산했다.
가격을 대폭 내리지 않으면 자산 매각도 쉽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 대비 4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사 샬럿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대출 이자율도 2~3년 전에 비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기준금리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앞으로 체결되는 새로운 담보대출 금리는 기존보다 3.5~4.5%포인트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 지역 중소형 은행들은 부실화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지방은행의 비중은 2017년 17%에서 지난해 27%까지 상승했다.
지방은행이 위기에 몰리고 불길이 금융시장 전체로 옮겨붙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SVB 파산 이후 예금 유출 등으로 지역은행들은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