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형 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노동강도를 줄여달라"는 노동조합에 또 발목이 잡혔다.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노조가 "울산공장만큼 편하게 일하게 해달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는 탓이다.
회사는 당장 다음 주에 시험용 차량을 생산라인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생산차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 노사는 이달 초 '쏘나타 디 엣지' 맨아워 협상을 시작했지만, 한 달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맨아워는 한 시간에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 수를 말한다.
노조는 '노동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만큼 투입 인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신차종 투입 때 근로조건 등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는 노사 단체협약을 맺고 있어 새로운 차를 생산할 때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쏘나타 디 엣지는 8세대 쏘나타의 풀체인지급 부분변경 모델이다. 한때 '국민차'로 불렸지만 '메기'를 닮은 비호감 디자인 탓에 기아 K5 등에 밀리며 고전했다.
노조는 맨아워 협상 첫 상견례부터 "회사는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동안 조합원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강해졌다"며 "적정 노동강도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아산공장 노조는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조립하는 '다차종 혼류생산'과 모든 공장 중에서 아산공장의 UPH(시간당 생산량)가 가장 높은 탓에 노동강도가 세다는 인식이다.
아산공장은 실제 아이오닉 6, 쏘나타, 그랜저 등 4개 차종을 혼류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울산 1~5공장의 경우 공장별 생산라인이 두 개씩이며, 한 라인당 생산 차종은 1~3개 수준이다.
UPH를 보면 아산공장이 68UPH로, 울산공장에서 가장 UPH가 높은 생산라인보다도 11.5UPH가 높다. 울산공장의 경우 1공장 1라인(코나)과 3공장 1라인(아반떼)의 UPH가 56.5로 그나마 높은 편이며, 나머지는 26~29UPH 수준이다.
노조는 "울산공장의 평균 편성효율이 대략 52%"라며 "그 수준이면 아산공장은 146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원을 더 충원해 아산공장의 편성효율을 울산공장처럼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사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편성효율이 낮은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야지 반대로 생산성이 높은 공장의 편성효율을 낮추자는 게 말이 되냐"고 맞서는 모습이다.
아산공장 노조의 요구는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와 비교하면 생떼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테슬라는 이달 초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앞으로 공장을 늘려 45초마다 한 대씩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UPH로 따지면 80UPH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UPH만 가지고 생산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미래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