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6일 치러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를 유지한다. 2022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이후 문과에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은 통합형 수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다. 국어·수학 영역에서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푸는 공통과목(출제비율 75%)과 선택과목(25%)이 함께 출제되는 구조다. 국어에서는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선택과목을 고르고, 수학에서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한다.
선택과목 따라 6점 더 받기도
교육계에서 통합수능 체제로 이과생이 대학입시에서 더 유리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통합형 교육을 지향한다는 목표에서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로 교육현장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남아있고 소위 ‘이과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더 점수를 많이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유불리를 가르는 지점은 수학 과목이다. 똑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이를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학생의 점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종로학원 추정 결과, 수학 만점을 받았을 경우 표준점수가 미적분 145점, 기하 144점, 확률과 통계 142점이었다. 이에 비해 국어는 언어와 매체 135점, 화법과 작문 132점이었다. 보통의 상위권 이과생들은 수학에서 미적분,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데, 이때 모두 만점을 맞았다면 280점이다. 확률과 통계 또는 화법과 작문에 응시한 만점 문과생(274점)에 비해 표준점수를 6점 더 받게 된다.
이과생들은 높은 수학과목 표준점수를 무기로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하고 있다. 2022학년도 서울대 인문·사회·예술계열의 정시 합격자 486명 중 44.4%인 216명은 이과생이 선택하는 수학 과목인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했다. 학과별로는 심리학과의 89%, 국어교육과의 50%, 영어교육과의 63%가 이과 수학을 선택했다.
교육부, “문제는 알지만 대안은 없다”
교육부와 평가원도 통합수능 체제에서 문과가 불리하다는 문제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최근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둘러싸고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의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시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대학과 소통해 개선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통합형 수능을 도입한 지 3년 차에 불과해 교육부로서는 섣불리 제도를 손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가원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는 데 뾰족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능 출제 때마다 ‘노력하겠다’는 추상적인 수준의 답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이날 2024학년도 수능 시행계획 발표에서도 문영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이 “국어, 수학에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차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다. 대입제도 4년 예고제에 따라 통합수능은 2027학년도 수능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