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자발적으로 공직을 떠나는 중앙부처 공무원 수가 3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의원면직 공무원’ 수가 4년 새 1000명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급격한 공직 이탈 현상이 공공서비스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를 통해 받은 ‘18개 부처 일반직 공무원 의원면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8개 부처 전체 의원면직자 수(정년퇴직·징계면직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떠난 경우)는 2995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1907명에서 4년 새 57.1%(1088명)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정년 퇴직자 수는 1469명에서 1846명으로 25.7%(37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처별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원면직자 수가 977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7년 558명에서 400명 넘게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소속 우정직 공무원의 퇴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선 우체국에서 우체국 금융업무 등을 도맡는 우정직에서는 2021년 한 해에만 580명이 공직을 떠났다. 법무부도 2017년 271명에서 2021년 594명으로 의원면직자가 급증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258명, 교육부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188명과 13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방직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할 경우 의원면직자 증가세는 더욱 심각했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의 의원면직은 2017년 9167명에서 2021년 1만5720명으로 71.5%나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 시험의 경쟁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 시험 현황’에 따르면 원서 신청 인원은 2017년 22만8368명에서 2021년 19만8110명으로 내림세를 보이다 지난해 16만5524명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5326명 선발에 총 12만1526명이 지원해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역대 최악 수준인 공무원 이탈 현상의 배경엔 경직된 공직 문화와 낮은 임금 인상률 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향식 의사 결정에 익숙지 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공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 보수도 3년째 연간 1%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일에 보람을 느끼기 힘들어진 환경도 원인으로 꼽힌다. 행안부에 따르면 폭언, 폭행, 성희롱 등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급증세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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