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는 ‘틱톡 공개 처형장’을 방불케 했다. 미 의원들은 초당파적으로 똘똘 뭉쳐 “틱톡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을 감시하는 데 쓰는 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으로 항변했지만, 미 의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틱톡 퇴출론이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미 하원 의원들은 다섯 시간 넘게 청문회를 이어가며 틱톡과 중국 정부의 관계를 추궁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의 자회사다. 중국 앱이지만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틱톡 이용자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민감한 정보까지 바이트댄스를 통해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날 청문회에서 틱톡 편에 선 미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공화당 소속인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은 첫머리 발언에서부터 “틱톡은 미국에서 금지돼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틱톡은 보고 있는 것을 조작한다”며 “중국 공산당이 미래 세대를 착취하기 위해 쓰는 무기”라고 규탄했다. 프랭크 펄론 민주당 의원도 “틱톡은 정보 수집을 계속하고 있고, 이를 넘기는 행위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 CEO는 의원들의 공세에 진땀을 뺐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특정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추 CEO는 “틱톡 서비스는 중국 본토에선 사용할 수 없다”며 “틱톡 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에 있고 미국에 직원 7000명이 있다”고 했다. 틱톡이 미국 사용자 정보를 미국 정보기술(IT) 회사인 오라클 서버로 이전하기 위해 15억달러(약 1조9400억원)를 투입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는 미·중 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다. 다른 사안에서는 대립하던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심해 추 CEO를 공격하는 풍경이 펼쳐진 이유다. 미국 CNN방송은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도구라는 증거가 부족하지만, 이미 틱톡 퇴출을 결심한 양당 의원들은 ‘정치 극장’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중국 정부가 기업과 개인에게 다른 나라의 정보를 수집·제공할 것을 요구하지도, 요구할 수도 없다고 반박하며 “미국의 억지스러운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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