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병원 측이 그가 프로포폴 중독임을 알고도 처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일부 병원은 프로포폴 투약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진묵 인천다르크 마약류중독재활센터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유아인 진료를 담당했던 병원장 A씨에 대해 "의사는 (유아인이) 중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 2일 A씨가 유아인에게 "너무 많이 수면 마취를 하면 안 된다", "병원을 옮겨 다니면 안 된다"는 등의 주의를 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그걸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의사는 중독인 걸 알면서, '너 우리 병원에 와서만 맞을래? 다른 데 돌아다니는 거 위험하니까 내 병원에 와서만 맞을래?' 거꾸로 그렇게도 들리지 않냐. '우리 병원에만 와'(라고)"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냥 여기 있어. 내가 알아서 해 줄게' 이런 느낌도 들더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1년 한 해동안 서울시의 여러 병원에서 73회 4497㎖의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성인 1인이 1시간 정도 푹 잠자는 데 한 200~250㎖가 1회 투약량이다. 그걸 20번 정도? 그러니까 많은 횟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이른바 '프로포폴 베드 영업'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현장에서 보면 피부과나 성형외과 상담하는 실장들이 아침에 병원에 딱 오면 중독된 친구들한테 '우리 오늘 베드 비어요'라며 문자를 쫙 보낸다. 영업하는 것"이라며 "실장에게 잘 보여 베드를 차지하기 위해서 음료수 사다주고 명품백 사다준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문 열 때 시작해서 닫을 때까지 나오는데 '500만원짜리 시술하세요', '1000만원짜리 시술하세요' 이렇게 장사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시간만 자고 나오면 굉장히 개운한 느낌이고, 의사가 처방을 해 주니까 그렇게 죄의식도 없고 문제의식도 없게 되는 건데 이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보면 프로포폴 중독 여부를 의사가 무조건 알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며 "마약을 파는 사람들과 의사들이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아인의 자택과 유아인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병원 등을 압수수색한 자료 분석을 마무리 하고, 이번 주 중 유아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달 5일 경찰은 미국에서 귀국한 유아인을 상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소변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간이 소변검사에선 대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정밀 검사에선 코카인과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