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6일 13: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B인베스트먼트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벤처캐피탈(VC)이 실시한 기업공개(IPO) 중 유일하게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확보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13~14일 이틀 동안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298.4대 1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도전한 벤처캐피탈 중 가장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이다.
전체 참여기관 중 94%에 해당하는 1321개 기관이 희망 공모가(4400~5100원)의 상단인 5100원 이상에 주문을 넣었다. LB인베스트먼트와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공모가를 희망 가격 최상단인 51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236억원이며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1184억원이다.
국내 IPO 시장에서 벤처캐피탈 IPO는 그동안 외면받아온 섹터다. IPO 공모시장이 호황일 때 대형 벤처캐피탈을 필두로 IPO에 도전했지만, 증시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는 인식을 떨쳐내지 못해서다.
공모 단계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대다수다. 2020년 이후에 국내 증시에 상장한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50대 1, 스톤브릿지벤처스 경쟁률은 20대 1에 그쳤다.
LB인베스트먼트가 침체기에 들어선 국내 증시를 감안해 기업가치 눈높이를 낮추면서 최근 중소형 IPO 공모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도 효과를 봤다. LB인베스트먼트가 이번 IPO에서 확보하는 공모금액은 상장 당시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이던 벤처캐피탈 IPO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공모 구조상 상장 직후 유통할 수 있는 물량 비중이 19.9% 수준인 만큼 오버행(대규모 매도물량 출회) 부담도 낮았다.
LB인베스트먼트가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 과정에서 단기 이익보다는 운용자산에서 파생되는 안정적인 관리보수와 보유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내세운 점이 효과를 거뒀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IPO에 나선 벤처캐피탈 대다수가 주식 시장 호황으로 높아진 순이익(PER)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지만, LB인베스트먼트는 자산(PBR)을 지표로 삼으면서 기관의 관심을 얻어냈다”며 “범LG가 벤처캐피탈로 안정적인 주주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 역시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LB다. ㈜LB는 범LG가 오너인 구본천 LB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공모자금 등을 활용해 GP(위탁운용사) 출자 비율과 운용자산 규모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회사의 외형성장과 수익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성과, 수익성, 신뢰성을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많은 투자자에 감사하다”며 “상장 이후에도 ‘벤처투자 명가’라는 평가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차세대 유니콘을 발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오는 20~21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뒤 29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