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계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맞아 재정비에 돌입했다. 폭증하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멤버십 제도를 개편해 지갑 열기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내국인 대상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온라인의 경우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별 정밀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고객의 과거 구매 상품의 특성, 페이지별 체류 시간, 행사 반응률 등 지표를 분석해 개별 취향을 반영한 이벤트 정보를 최적의 시점에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롯데면세점은 과거 7개월간 'MAS(마케팅자동화시스템)'를 시범 운영한 결과, 고객 유입이 기존 시스템보다 6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추가 구매 유도 성공률도 75%에 육박했다. 전 세계 면세업계 최초로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매 금액에 따른 추첨 행사와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LDF PAY' 증정 이벤트 등을 펼친다.
신라면세점 역시 다음달 30일까지 룰렛게임 추첨을 통해 매일 2023명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환전 이벤트를 실시한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달 들어 멤버십 제도를 개편했다. 차등 조건을 뒀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멤버십을 통합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익숙한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7일 온·오프라인 멤버십 통합과 등급별 할인율 상향을 골자로 한 멤버십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최상위 등급인 블랙과 블랙 프레스티지 등급을 제외한 모든 소비자는 올해부터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구매금액에 해당하는 멤버십 등급으로 익일 자동 설정된다. 골드 플러스, 다이아몬드 등급을 신설하고, 블랙과 블랙 프레스티지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산정 기간은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변경했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업계 최초 유료 멤버십을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브랜드 특화 유료 멤버십도 내놓으며 고정고객 확보에 나선 상태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온·오프라인 통합 내용을 담은 멤버십 등급 개편을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온·오프라인과 품목 관계 없이 1년간 4000달러 이상 구매하면 VIP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개편했다. 과거 VIP 기준인 2년간 멤버십 점수 6000점을 쌓는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및 품목별 차등 조건을 없앤 것이다. 쿠폰이나 면세 포인트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VIP 소비자 전용 혜택도 강화했다. 명동점 라운지 서비스와 공항 우선 인도 혜택을 제공하고, 최대 20% 할인 혜택과 온·오프라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면세포인트 등을 내걸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면적인 멤버십 개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또한 신규 K뷰티 브랜드를 대거 입점 시켜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리쥬란', '그라운드 플랜' 등 17개 화장품 브랜드가 명동점에 지난 10일 새로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여행이 본격화한 가운데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만큼 각 면세점은 관련 마케팅 활성화에 나선 모습이다. 일례로 국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올해 내국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됐다. 1~2월 해당 면세점 내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0% 폭증한 결과다.
올해 1월 국내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증했으나 외국인 매출은 반토막난 상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내국인 면세점 매출은 2010억원으로 137%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면세점 매출은 45% 급감한 5964억원에 그쳤다. 주요 면세점들이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외국인 매출이 급감한 결과다.
과거 면세점의 '큰손'이던 중국의 리오프닝이 이뤄졌지만 본격적인 관광객 복귀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인 만큼 내수 시장 공략과 고객 맞이 채비에 집중하는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 허용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나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봄은 유학생의 해외 출국 시즌이고, 지난해 내국인 해외여행자의 면세 한도 상향 등 이슈가 있는 만큼 업계가 내국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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