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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세계 5위 코인 USDC 시총 9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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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가 코인 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SVB에 준비금 일부가 묶인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은 가격이 1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가격이 안정적(stable·스테이블)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USDC는 '1코인=1달러'의 가치를 항상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페깅(가치 연동)'이 깨진 것이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일 오후 6시 기준 USDC는 1코인당 0.92달러에 거래됐다. USDC는 이날 오전 9시께 1달러 페깅이 깨지기 시작, 한때 0.88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가격 등락을 반복하며 0.9달러 선을 힘겹게 방어하고 있다.


USDC 시가총액은 최근 12시간 사이 433억5000만달러(57조3500억원)에서 364억8000만달러(48조2600억원)로 16%가량 급락했다. USDC는 테더(USDT)에 이어 두 번째로 시총이 큰 스테이블코인이다. 전체 암호화폐 중에선 다섯 번째로 크다.

앞서 이날 USDC 발행사인 서클은 전체 준비금 400억달러 가운데 8.25%에 해당하는 33억달러가 영업이 정지된 SVB에 묶여 있다고 발표했다. 서클은 "이틀 전 SVB에 예치했던 자금 인출을 시도했지만 처리가 되지 않았다"며 "SVB의 다른 고객 및 예금자와 마찬가지로 서클 역시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직후 시장에선 USDC를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USDC는 1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USDC를 테더로 교환하려고 나서면서 수요가 몰린 테더는 반대로 가격이 1달러 위로 뛰었다. 한때 1.03달러까지 급등했던 테더는 현재 1.0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시장, 더 깊은 암흑기로"
미국 암호화폐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에 이어 미 서부 실리콘밸리 최대 상업은행인 SVB가 잇달아 파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위기 전염'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SVB는 미국 자산 규모 16위 은행이다.

금융업계에선 일부 은행이 추가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전면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버게이트와 SVB는 각각 포트폴리오가 암호화폐와 스타트업에 치중돼 있는 특화 은행인데다, SVB는 초과 현금을 대부분 미 국채에 투자하고 있어 금리 인상 리스크에 특히 취약했다는 점에서 다른 은행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더욱 전망이 어둡다.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 산업에는 (기존 금융산업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해줄 중앙은행이 없다"며 "이미 1년 넘게 약세장을 겪어온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깊은 암흑기에 진입했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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