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인류는 수천년 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해멨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며 나라는 존재와 나를 구성하는 세계는 오직 내가 머리 속에서 하는 사고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정신과 육체는 서로 분리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에도 여전히 의문이 든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처럼 육체는 그대로인 채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그때도 과연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는 것일까?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에서 최신 뇌과학을 통해 자아에 대해 탐구한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코타르증후근 △조현병 △이인증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체이탈 △신체통합정체성장애 △간질 등 8가지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질병들을 겪는 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나’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먼저 자아(自我)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단순히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나, 사회적인 나, 내면의 영적인 나 등 많은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크게 보자면 자아는 2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대상으로서의 자아’와 ‘주체로서의 자아’이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 짓기는 힘들다. “나는 행복해”라고 말한다면 그 순간 당신은 행복의 감정을 인식하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행복을 느끼는 주체이기도 하다. 행복하던 ‘나’는 금방 우울해지거나, 황홀해지거나 그 사이 무엇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우리는 ‘나’라는 정체성을 인지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뇌의 손상으로 인해 쉽게 균열이 생겨난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기억에 문제가 있거나, 나라는 존재의 특징을 생각해내는 뇌의 영역이 손상된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자기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도 모른채 정체성이 망가진다.
미국의 저명한 작곡가 에런 코플런드 역시 알츠하이머 환자였다. 그는 때때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대표작인 관현악 모음곡을 지휘할 수 있었다. 누가 또는 무엇이 지휘봉을 움직였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병에 완전히 장악된 사람들은 자아가 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해줄 수가 없다. 묻는 것 조차 잔인한 일이다.
책은 다양한 최신 뇌과학 연구 사례를 딱딱하게 늘어놓지 않고 마치 올리버 색스를 연상시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를 자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