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을 정부 정책에 투입하자는 정치권의 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전 정부는 확장 재정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려고 했다. 직접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연금 자산을 이용해 생색을 내려는 시도였다.
국회의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국판 뉴딜이나 공공주택 확대를 위해 국민연금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정부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일산대교 무료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통행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일산대교를 100% 보유한 국민연금을 압박해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했다. 국민 노후자금을 헐어 일부 지방자치단체 지역민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 것이다.
이어 이 지사는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일산대교 공익처분을 마지막으로 결재한 뒤 대선에 출마했다. 이 지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으나 물러서지 않고 항소했다.
일산대교 사태는 법원에서 가로막혔지만 외풍에 굴복한 사례도 있다. 국민연금은 2021년 “국내 주식을 팔아치워 지수가 하락한다”는 ‘동학개미’들의 비판에 매도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넘치지 말아야 하는 국내 주식 비중 한도를 넓혀 매도세를 줄인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국민 노후자금이 이같이 정치에 휘둘리는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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