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영원무역홀딩스가 배당성향 수준을 크게 낮추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영원무역홀딩스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시했다.
문제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최근 연결 재무제표 기준 10%, 별도 재무제표 기준 100%에 가까운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던 회사라는 점이다. 2019~2021년 별도 기준 배당성향은 각각 77.7%, 91.8%, 98.4%였다. 지난해 5월 발간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도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동이 없다면 연결기준 배당성향을 10%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이 같은 내용을 어기고 배당성향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배당성향 변동 발표 시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배당금은 연말 기준 주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최소 지난해 연말에는 배당컷에 관한 내용을 공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영원무역홀딩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조2540억원, 영업이익은 9620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28%, 68.63% 급증한 수치다. 배당금의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7380억원)도 전년 대비 65.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웃도어브랜드 노스페이스를 국내에서 유통하는 자회사 영원아웃도어의 실적 성장세 덕분이다.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노스페이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익이 급증하면서 배당금을 두 배 가까이 늘려야하는 상황이 회사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늘어나는 실적에 따라 배당금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승계 문제로 인한 조치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주가가 오를수록 승계 과정에서 내야 할 증여세도 늘어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