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재안은 기존 민주당안과 비교해 쌀 가격 하락에 따른 정부의 의무매입 조건을 완화하고,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중재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의장이 민주당 단독 처리를 우려하며 수정 의견을 전달했다”며 “해당 의견을 반영해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24일이나 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김 의장은 양당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중재안을 내놨다. 당초 민주당안은 쌀 생산량이 수요 대비 3% 이상 초과되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의무매입에 나서도록 했다. 중재안은 의무매입 조건을 완화해 생산량이 수요의 3~5% 이상이거나 가격 하락 폭이 전년 대비 5~8%일 때로 정했다.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더라도 5%를 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고, 시행령을 통해 개입 시점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의무매입 제도 시행 이후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 정부에 매입 재량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쌀 과잉 생산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쌀 시장에 개입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선제적으로 정부가 쌀 농가의 다른 작물 재배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과잉 생산이 이뤄질 때 변동직불금 폐지로 인한 농민의 손실을 보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응하지 않더라도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위 의장은 “2월 국회 내로 처리한다는 우리 당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이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과잉 생산된 쌀을 강제 매입해주면 다른 작물은 안 해줄 근거가 없어진다”며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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