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축산기업 카울라패스토랄은 소·양 목장 운영에 700여 가지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드론으로 가축의 이동 경로와 목초지 분포를 확인하고, 센서로 물 수위와 강우량을 분석한다. 그 결과 호주 캔버라 동쪽 지역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50배인 1만5000㏊ 규모로 운영하는 목장에는 정규직원 4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는 최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 개막 첫 기조연설을 통해 위성항법장치(GPS)·카메라·센서와 인공지능(AI)으로 결합한 무인 트랙터를 공개했다. 농부는 집안에서 무인 트랙터가 작업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뉴질랜드 기업 제스프리는 나무 사이를 주행하며 키위를 따는 수확 로봇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차례로 방문한 글로벌 농업 선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애그리테크(agriculture+technology)’ 혁신 현장의 모습이다. 대표적 노동집약 산업인 농업이 데이터 혁신과 AI, 자율주행, 로봇, 드론 등을 도입하며 첨단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식량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애그리테크 혁신이 각국 농업 ‘생존’에 필수 요소로 떠오르는 움직임이다.
애그리테크는 사람뿐 아니라 흙 없는 농업을 현실화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인근의 샹페르셰 지하 도심농장은 흙과 햇빛 없이 물과 유기화합물만으로 채소를 키운다. 적층식 생산과 효율 향상을 통해 단위 토지면적당 생산량을 일반 농업에 비해 216배 높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물 위에서 소를 키우는 수상목장 ‘플로팅 팜’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푸드테크 혁명이 한창이다. 대체유 단백질로 우유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퍼펙트데이는 미국에서만 5000개 매장에 ‘인공 우유’ 아이스크림을 납품하고 있다. 애그리테크는 탄소 저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애그리테크 혁신으로 2030년까지 농업 분야에서 5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총생산(GDP)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드니=강진규/샌프란시스코=황정환/파리=정의진/로테르담=김소현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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