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대한항공이 오는 4월 마일리지를 개편하는 것을 두고 원 장관은 자신의 SNS에 "빛 좋은 개살구"라며 비판글을 올린데 이어 이번에는 직접 쓴소리를 했다.
원 장관은 19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간담회를 마친 이후 "대한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 생존을 이어왔다"며 " 유럽연합(EU) 공정경쟁 당국에서 독점으로 인한 고객 피해, 항공 시장에서의 질서 교란, 독과점 폐해에 대해 걱정하는 마당에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 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폭발적 항공 수요가 왔을 때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마일리지는 경쟁 체제 속 고객 확보를 위해 스스로 약속했던 것 아니냐"며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진심이고 고객에 대한 감사는 말뿐이라는 불만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4월 1일부터 새 마일리지 제도의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꿀 예정이다. 현재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했다. 앞으로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기준을 세분화하다는 설명이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마일리지 가치가 대폭 하락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공제율이 커지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마일리지를 덜 써도 된다. 일례로 인천~뉴욕 구간(편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매하려면 지금까지는 6만2500마일이 필요했는데, 앞으로는 9만 마일을 써야 한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과 함께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2배가량 늘리고, 올해 성수기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에서 특별기 100편가량을 운항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대한항공이 국민들에게 유리하다고 가르치는 자세로 나온다면 자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원 장관은 자신의 SNS에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글을 올린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이 공정한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편안 시행 전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여당의 비판이 집중된 가운데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단거리 노선 마일리지 사용 비중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했다며 불평하고 있다. 또 "그만큼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좌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거리는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해 선택권이 있지만, 장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혜택이 더 중요하다고도 보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