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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 운용사, 'BBB'에 올해 첫 등판…투심 녹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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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2월 17일 1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이일드 채권(고수익·고위험 채권)을 담는 자산운용사가 올해 처음으로 BBB급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금리가 높은 BBB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증권사에 이어 운용사까지 뛰어들면서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비우량 등급까지 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이 오는 24일 250억원 규모 1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전날 수요예측에서 네배에 달하는 총 10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발행금액을 5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SLL은 공모 희망 금리로 연 6.8~7.8%를 제시했는데, 수요예측에 자금이 몰리며 최하단인 연 6.8%로 금리를 결정했다.

이번 SLL중앙 수요예측에는 고객 일임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들 3곳이 80억원의 주문을 넣었다. BBB급 공모 회사채 발행에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주문이 들어온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하이일드 펀드 운용사들은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며 수익을 내기 어려워져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BBB급 회사채 투자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일례로 CJ제일제당(AA)은 지난 13일 3년물 2000억원을 연 3.639%에 발행했는데, 같은 날 국고채 3년물 금리(연 3.452%)와의 차이는 0.18%포인트에 그쳤다.

이번 SLL중앙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일드 채권 수요가 있어서 이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국채와 BBB+ 이하급 회사채를 주로 담는데, 연초에는 국채 중심으로 운용하며 지켜보다가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가 안정화되는 것으로 보여 회사채로 눈을 돌려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BBB 이하 회사채 발행은 '채권 개미'를 위한 증권사가 주도했다. 증권사 리테일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팔기 위해 물량을 떼오는 수요다. 이번 수요예측에서도 총주문 1000억원 중 9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책임진 것은 증권사들이다. 앞서 JTBC는 고금리를 노린 리테일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액을 기존 35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렸다. 올해 15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뛰어든 중앙일보(BBB)에도 증권사 리테일 부서 주문 350억원이 들어왔다. HL D&I(BBB+)의 500억원 모집에 참여한 140억원도 모두 증권사 리테일 자금이다.

운용사들이 채권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BBB급 이하 수요예측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급 이상 회사채는 수요예측에 줄줄이 성공하고 있지만 그간 BBB급 투자심리는 주춤했다. 연기금의 빈자리를 증권사 리테일과 함께 운용사들이 메워줄 것이라는 시각이다. 통상 BBB급 이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신용등급 BBB급은 연기금 등 투자기관이 일반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채권 가운데 최하위 등급이다.

한편 SLL은 '재벌집 막내아들', '수리남', '카지노', '부부의 세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유수의 작품을 제작한 회사다. 지난해 3월 JTBC스튜디오에서 SLL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SLL은 내년까지 3조원 투자를 통해 해외 매출을 늘려 전체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올해 처음 운용사가 BBB급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 시장에 낙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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