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의 하락세가 주춤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속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당분간 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CPI가 전년 동월보다 6.4% 올랐다고 14일 발표했다. 6.5%를 기록한 지난해 12월보다 낮았지만 시장 추정치(6.2%)보다는 높았다. 미국 CPI는 지난해 6월 9.1% 급등한 이후 7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휘발유 가격은 작년 12월보다 1.9% 상승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전체 에너지부문 가격은 전월 대비 2.0% 올랐다.
CPI의 34.41%를 차지하는 주거비도 상승했다. 1월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7.9%, 전월 대비 0.7% 올랐다. 교통비와 의료 서비스 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14.6%, 3.6% 올랐다. 식료품 가격도 1년 전보다 10.1% 뛰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5%로 지난해 12월(0.4%)보다 높아졌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은 더 확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4.9%에서 93.7%로 올랐다.
노동시장이 강한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는 예상치(18만7000개)의 세 배 수준인 51만7000개였다.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일 워싱턴경제클럽 행사에서 “예상보다 1월 고용이 매우 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왜 상당 기간 (긴축이) 필요한지 보여준다”며 “지표가 계속해서 예상보다 강하면 우리는 분명히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떨어지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세를 멈췄다. 뉴욕연방은행이 전날 발표한 지난달 기준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과 같은 5.0%를 기록했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6월 6.8%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려와 9월 5.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월 다시 5.9%로 올랐다가 11월 5.2%로 큰 폭으로 떨어진 뒤 12월 5.0%로 재차 하락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증시와 채권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CPI 발표 직후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91%포인트 하락한 연 3.6830%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49%포인트 내린 연 4.5116%를 찍었다. 일각에서는 우려한 것처럼 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지지 않아 Fed가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리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