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2030년부터 차례로 가득 찰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7~9년 뒤 원전 18기가 저장시설 포화로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국회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사용후 핵연료 포화 시점을 재산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남 영광 한빛원전은 저장시설이 2030년 가득 찬다. 2021년 12월 ‘2차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 땐 포화 시점을 2031년으로 예상했는데 1년 빨라졌다. 한울원전 포화 시점은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신월성원전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고리원전은 2031년에서 2032년으로 포화 시점이 1년 연장됐다. 새울원전의 포화 시점은 기존 전망과 같은 2066년으로 예상됐다. 월성원전은 이번에 처음으로 포화 시점이 2037년으로 제시됐다.
전망대로라면 한빛원전(6기) 한울원전(7기) 고리원전(5기)의 저장시설이 2030년부터 2032년까지 차례로 꽉 차게 된다. 7~9년 뒤엔 원전 18기의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2021년 전망 때와 달리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설계수명을 늘리는 동시에 신규 원전을 더 짓는 정책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가 증가하면서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빨라지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은 기존엔 63만5329다발이었는데 이번 전망에선 79만3955다발로 15만8626다발 늘어났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세 건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지만 지난달에야 겨우 공청회를 마쳤을 뿐 아직 소위원회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여야 모두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역주민 반대를 의식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문제는 7년 뒤에도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면 우선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지 내 저장시설도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7년가량의 건설 기간이 필요하다. 올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면 총선이 있는 내년에는 저장시설 건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원전 가동 중단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을 운영하는 주요 국가 중 영구 처분시설(방폐장)은 물론 중간 저장시설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 외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핀란드는 세계 첫 영구 방폐장을 2025년부터 운영할 예정이고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는 영구 방폐장 부지를 확보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