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9일 15: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3000억원대 M&A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는 9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 등 3명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에서 홍 회장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사건 변론 종결 이후에 피고 측에서 변론재개 신청을 여러번 제출했고 구체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로 변론을 재개할만한 사유가 없었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2021년 5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이 같은 해 9월 1일 한앤코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소송이 불거지게 됐다.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 홍 회장이 다른 매수인에게 주식을 매도할 수 없게 했다.
홍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매수인에게 유리한 불평등 계약이었다"라며 "거래 종결 전부터 부당하게 경영에 개입했다"고 주장헀다. 같은 법무법인이 양측을 모두 대리한 것도 문제삼았다.
그러나 1심은 홍 회장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에 있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고, 변호사법 위반 등 피고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원고에게 주식을 이전하는 계약을 이행하라고 판시했고 이번 2심 재판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홍 회장은 이에 대해 법률 대리인을 통해 "원고 측의 합의 불이행에 따른 계약 효력과 쌍방대리 및 배임적 대리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즉각 상고 계획을 밝혔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된다면 홍 회장 일가는 한앤코에 남양유업 지분을 넘겨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 상고가 이뤄져도 서너 달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 보고 있다. 이 경우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앤코가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관계자는 "상고 기각되거나 심리 없이 바로 선고해 1·2심 판단을 유지하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