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이 컨소시엄을 이뤄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이 법정에서 제기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고강도 수사에 이어 이 대표를 정조준한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수수 혐의에 관한 재판에서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의 한 호텔에서 쌍방울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가 남북 협력사업 합의서를 체결할 때 찍은 사진 두 장을 제시했다. 한 사진엔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북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이 마주앉은 장면이 담겨있었고, 다른 사진엔 쌍방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A씨가 북한 측 인사에게 협력사업 자금 조달방법을 화이트보드에 적어가면서 설명하는 모습이 나와있었다.
검찰은 사진 제시 후 쌍방울과 경기도가 컨소시엄을 꾸려 대북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 관계자는 “(이 때) 쌍방울과 경기도, 북한 측 인사가 한 데 모여 쌍방울-경기도 컨소시엄 구성과 남북 협력사업 자금 조달방법 등을 협의했다”며 “A씨는 이 자리에서 ‘다자간 컨소시엄 50%, 자체 조달 30%, 기금 20%로 사업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재판에 출석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구속 기소)에게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공무원을 대동해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경기도와 쌍방울이 컨소시엄 형태로 대북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아니냐”고 질문했다. 안 회장은 “쌍방울과 경기도가 계속 미팅을 요청해 일정을 따로 잡긴 했지만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경기도와 합작할 것이라는 내용은 설명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해당 회의 이후 경기도가 작성한 이 전 부지사의 중국 출장 보고서도 제시했다. 이 문서에는 ‘경기도-국내 기업 간 북한 공동진출 방안 협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검찰은 안 회장에게 “경기도가 쌍방울과 북한 공동 진출방안을 협의했다고 스스로 내부 보고서에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경기도와 쌍방울의 대북 사업은 별개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안 회장에 이어 김 전 회장도 조만간 재판에 넘겨 불법 대북 송금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이달 5일 안에는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북한에 보낸 800만달러 중 300만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에 이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