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킹달러’로 불리며 초강세를 보인 달러 가치가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침체를 고려해 긴축 강도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달러인덱스(엔화,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장중 101.53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로, 9월 대비 약 11% 하락했다. 4개월간 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쓴 2009년 이후 가장 크다.
달러 가치가 고꾸라진 것은 미국인들의 뚜렷한 소비 둔화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1.1% 줄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이어 경기침체 조짐까지 나타나자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며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 대신 위안화 등 신흥시장 자산에 눈을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22% 급락한 뒤 올 들어선 7%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예상보다 빠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위험자산 수요가 커지고 달러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킹달러 현상은 올해 재현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 달러인덱스 전망치를 기존 104에서 98로 낮춰 잡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부 토론회에서 “우리는 기존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강세도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