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1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적인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투자하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빌 게이츠는
폐기물 시장에 주목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보유한 포트폴리오(2022년 2분기 기준)가 공개됐는데, 해당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 비중을 차지한 종목이 미국 폐기물 처리 1위 기업 WM(Waste Management)이었다. 또한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미국 폐기물 처리 2위 기업 리퍼블릭 서비시스(Republic Services)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기도 했다.
억만장자가 주목하는 폐기물 시장은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
서는 소각·매립 등 폐기물 다운스트림(Downstream) 산업을 중심으로 M&A가 활성화됐고, 이에 따라 폐기물 시장의 주인은 SK에코플랜트, 에코비트, IS동서 등 극소수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압축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다운스트림을 넘어 업스트림(Upstream)산업인 재활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재활용은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망 교란을 야기한 외부 환경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일 뿐만 아니라 ESG 경영을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상했다. 정부 또한 순환경제를 강조하며 폐기물 재생이용 시설을 고도화하거나 폐기물 에너지 인프라 구축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는 등 소각이나 매립보다 재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뒷받침되며 발 빠른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한편, 상당수의 재활용 기업 규모는 아직 영세한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실질 재활용률 또한 22.7% 수준으로 추정되며 명목 재활용률 86.5%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인다. 다시 말해 아직은 재활용 시장의 전성기가 도래하지 않았다. 시장 구조의 재편이 전망되는 가운데, 부상하는 업스트림 시대에 대비해 미래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 시점에 우리는 과거에 이미 우리와 유사한 궤도를 지나간 바 있는 해외 국가의 사례를 통해
대책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우선 이미 대형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단계를 지난 미국을 살펴보았
다. 미국은 WM, 리퍼블릭 서비시스, 웨이스트 커넥션스(Waste Connections)로 구성된 ‘빅3’ 기업이 폐기물 시장의 57%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수집-처분-재활용으로 이어지는 폐기물 처리의 전(全) 밸류체인을 완성한 가운데 업스트림 산업인 재활용 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폐기물 처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빅3’ 기업은 시장 점유율 확대, 기업가치 상승, 수익성 제고 등 호황을 누리는 모습이다.
한편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매립지 확보가 쉽지 않으나, 그 대안으로 소각에 주력해 이미 매립
제로화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정책적 지원 외 유럽의 선진기술을 도입하며 소각열에너지 사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했다. 이로써 해외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고 최근 부상하는 글로벌 폐기물 에너지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국가 에너지 전략 수립에도 소각 열에너지를 활용하며 순환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나아가 소각시설을 관광시설로 탈바꿈하는 등 고부가치화를 통한 사회경제적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의 전략을 통해 국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첫 번째, 폐기물 업스트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미국처럼 폐기물 처리의 전 밸류체인을 완성해야 한다. 또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폐기물 처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매립 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을 참고하며 소각에서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 기업은 소각열에너지 기술을 적극 도입·개발하고, 정부는 소각시설 지원 제도를 재검토하며 부가가치 창출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재활용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를 대상으로는 기술 투자 및 협력을 통해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폐기물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개도국 시장은 신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본 투자와 기술력 공유를 활성화하거나 M&A를 통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다가오는 새 시대의 개막을 대비하여 국내 기업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