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단기업인 프로티나를 향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이 회사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는 다른 기업과 달리 단백질끼리 결합할 때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분석해 의약품 효과 등을 미리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사진)는 11일 기자를 만나 “내년 1월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한 글로벌 제약사와 혈액암 임상1상 시험을 공동 진행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이 성사되면 단백질 상호작용(PPI)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하는 세계 첫 번째 기업이 된다. 올해 8월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동물실험 단계부터 물질 개발을 같이 하자고 프로티나 측에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윤 대표는 KAIST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프로티나를 창업했다. 2014년 삼성전자의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은 게 창업 기반이 됐다.
인체 구성 성분인 단백질은 신약 개발을 위한 유용한 도구다. 몸속 특정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지나치게 많아지면 암 등이 생긴다. 의약품은 대부분 이런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거나 특정 단백질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특정 단백질 한두 개의 역할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했다. 프로티나는 한 단계 나아가 단백질끼리 서로를 인식하고 결합하는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A와 B 단백질 유무만 보지 않고 A와 B 간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C나 D라는 단백질을 만들어 낼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몸속 세포 구성에 관여하는 PPI는 65만 개다. 약이나 진단 표적으로 개발 가능한 후보군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PPI를 진단에 활용하려면 대상 단백질을 훼손 없이 잘 추출해야 한다. 윤 대표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막단백질 기술’을 활용했다. 막단백질은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PPI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윤 대표는 막단백질 분야만 10년 가까이 연구한 전문가다. 그는 “PPI를 측정하는 경쟁사로 스웨덴 올링크, 미국 퀀테릭스 등이 있지만 임상시료 분석에 적용하는 것은 프로티나가 유일하다”며 “내년 약효 성능 평가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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