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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일본의 추락…한국,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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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심상치 않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0.3%,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미국 통계방식으로 환산하면 각각 -1.2%, 7.2%에 달한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엔화 약세에 이어 일본 경제의 추락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올해는 일본의 1인당 소득이 한국에 추월당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역(逆)경술국치’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다. 현재 환율 수준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인당 소득을 산출하면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과거 한국이 일본에 주권을 넘겨준 경술국치에 빗댄 용어가 나올 정도로 일본 내 분위기는 난리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계수는 ‘2’로 ‘무력화’ 수준이다. 계수가 8~10인 경우 ‘초민감’, 4~7은 ‘민감’, 3 이하는 ‘무력화’ 단계다. 일본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일본 국민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선 통화 정책이 ‘유동성 함정’에 빠진 지 오래됐다. 금리를 변경하더라도 총수요가 반응하지 않아 경기 조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국가채무비율이 270%를 넘어서면서 재정당국도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적자 국채 발행이 재정지출을 늘리면 ‘구축 효과’가 발생해 경기 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 반면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급증해 디폴트 위험이 커진다.

환율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 동안 고집스럽게 엔저 정책을 추진한 결과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바뀌었다. 마셜-러너 조건, 즉 외화표시 수출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자국 통화표시 수입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합한 것이 ‘1’을 넘지 않아 엔저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종전만 못하다. 오히려 엔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로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책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민간이 경기 회복을 주도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총수요 항목별 성장 기여도에서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저축의 역설’에 걸려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구절벽이 닥친 뒤 저축을 늘리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

투자는 ‘토빈 q’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지면서 신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자본이 빠르게 잠식(노후화)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장한 이 비율은 시장가치를 자본의 대체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이하로 떨어지면 기업은 자본이 감소하더라도 신규 투자를 꺼리게 된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 기여도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베노믹스를 10년 넘게 추진해 왔으나 엔저로 수출은 늘지 않고 수입은 크게 늘어난 결과다. 아베노믹스를 고집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밖에 일본은 정치, 행정규제, 국가채무, 젠더, 글로벌 등 5대 분야에서 ‘선진국 함정(HIT)’에 빠져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처럼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후진국으로 재추락하는 ‘중진국 함정(MIT)’에 빗대 일본처럼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가 후진국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제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균형재정승수가 ‘1’인 점에 착안해 세금과 재정지출을 같은 규모로 늘려 경기를 끌어올리는 ‘간지언’ 정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국가채무를 줄이고 경기를 살린 ‘페이 고’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강하다. 소비 촉진을 위해 ‘부의 저축세’를 도입하고 ‘이민청’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한국도 정책 신뢰도 약화, 유동성 함정, 국가채무 우려, 가계부채와 인구절벽발(發) 민간 소비 둔화, 설비투자 효율성 저하, 순수출 기여도 하락 등 정도 차만 있을 뿐이나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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