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한파가 한층 거세지면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똘똘한 한 채'의 대명사였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등도 가격이 거듭 하락하는 추세다.
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5일) 서울 아파트값은 0.59% 떨어지며 한 주 전에 비해 낙폭이 더 커졌다. 1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56% 내리며 한국부동산원이 2012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하락을 기록한 바 있다.
속절없는 하락에 서울 주요 아파트값도 대폭 낮아졌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37㎡(55평)는 지난달 30일 34억5000만원(28층)에 매매됐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37억5000만원(45층)이던 실거래가가 반년 만에 3억원 하락했다. 현재 같은 면적 호가도 35억원부터 형성됐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 76㎡가 지난 3일 18억5000만원(4층)에 손바뀜됐다. 지난달 체결된 1층 매매가 17억7000만원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11월 26억원(11층)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8억원 가까이 낮아졌다. 시장 호가도 18억원부터 형성되어 있다.
송파구 잠실동 대표 아파트 '엘·리·트'로 거론되는 리센츠도 전용 84㎡가 지난 5일 20억5000만원(29층)에 팔렸다. 지난달 같은 면적 14층이 20억9000만원에 매매됐는데, 한 달 만에 더 높은 층수가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세가 몰렸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낙폭이 두드러졌다. 도봉구가 0.88%, 노원구가 0.85%, 강북구가 0.75%씩 대단지 위주로 하락했다. 은평구와 성북구도 각각 0.74%, 0.71% 내렸고 송파구도 잠실·문정 등 주요 단지 위주로 0.67% 주저앉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주택가격 추가 하락 우려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 문의가 한산한 상황"이라며 "간헐적인 급매성 거래가 기존 매물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0.59% 하락했고 수도권도 0.74% 내렸다.
인천과 경기 아파트값은 각각 0.98%, 0.78% 떨어지며 서울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인천은 자치구별로 남동구 1.06%, 부평구 1.04%, 서구 1.03%, 연수구 1.01% 등 낙폭이 커졌다. 경기에서는 의왕시 1.28%, 과천시 1.27%, 군포시 1.25% 등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73%, 서울 전셋값도 0.96%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성북구(-1.32%)와 강북·은평구(-1.26%), 금천구(-1.2%), 송파구(-1.18%), 중구(-1.11%) 등이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간 인천과 경기 전셋값도 각각 1.11%, 1.0%씩 내려갔다. 매도 포기 물량이 전세시장으로 넘어오며 매물 적체가 심화했고 지속된 전셋값 하락이 매물 가격 추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게 한국부동산원의 설명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