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새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됐던 딜로이트안진이 독립성 이슈로 감사인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 감사인으로 지정됐던 삼일PwC에 이어 안진마저 감사인 지위를 반납하면서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지정 감사인 본통지에서 현대차 감사인으로 선정됐던 안진은 최근 감사인 지위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안진이 현대차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용역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안진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용역이 감사 독립성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어 재지정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진에 앞서 현대차 감사인으로 지정됐던 삼일도 감사인 지위를 반납한 바 있다. 삼일은 지난 10월 현대차 감사인으로 지정됐지만 독립성 이슈로 감사인 재지정을 요청했다.
삼일에 이어 안진마저 감사인 지위를 반납하면서 현대차 감사인 자리는 EY한영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삼정KPMG는 현재 현대차 외부감사를 맡고 있어 감사인 지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빅4' 회계법인 중에서만 감사인을 지정하기 때문에 남은 곳은 한영뿐이다.
회계업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에서 감사인을 지정할 때 개별 회계법인의 독립성 이슈를 고려하지 않아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선 한정된 인원으로 인해 기업과 회계법인의 계약 내용 등을 모두 들여다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계 관계자는 "재지정이 계속 이뤄지면 감사계약 준비가 길어지고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2~3개 복수 회계법인을 지정하면 기업이 독립성 이슈가 없는 곳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