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테크 스타트업 A사는 독보적 기술로 크게 성장할 기업이라고 평가받았다. 정부의 각종 연구개발(R&D) 지원 사업도 따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기업의 성장은 더뎠다. 여러 항목의 데이터를 정량 평가해 그 원인을 발견했다. 회사 대표의 역량, 인력 수준 등은 비슷한 업종의 다른 기업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R&D 투자 수준은 눈에 띄게 낮았다. R&D 투자를 확대하면 성과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보증기금이 최근 개발한 ‘테크 인덱스’를 활용한 결과다.
기보가 기술 기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객관적 데이터로 기존의 기술혁신역량지수를 개선한 테크 인덱스 방식이다.
기보는 29일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 주관으로 서울 강남구의 복합문화공간 SJ쿤스트할레에서 기술평가세미나를 열었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사진)은 “디지털 시대에 도출되는 모든 데이터는 또 다른 가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술 혁신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화해 혁신 성장의 실마리를 좀 더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 인덱스는 중기·스타트업의 기술 혁신 역량 수준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지표다. 인프라, 투입, 활동, 성과 등 분야별 점수를 산정한 뒤 종합 평가해 최종 지수를 산출한다. 세부적으로 인프라에서는 대표 역량, 기술 인력 역량, 무형 자산 등을 분석한다. 투입에서는 인력자산 투자, 혁신자산 투자 등을 살펴본다. 총 14개 항목을 분석한다. 발표자로 나선 김성태 동의대 경영학과 교수는 “테크 인덱스로 정부의 중기 대상 정책과 해당 업체의 기술 향상 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보는 테크 스타트업 지원 사업의 효과 점검에 테크 인덱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중기 R&D 지원 정책 수립 과정에서 테크 인덱스를 사용할 전망이다.
진영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성장동력사업센터장은 ‘중소기업 R&D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제언’을 발표했다. 지난해 정부의 연구개발비 18.7%(4조9721억원)가 중소기업에 투입됐다. 지난 10년간 관련 예산은 연평균 10% 이상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R&D 투자도 2017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3.3% 늘었다.
진 센터장은 “정부 R&D 자금을 받은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성과와 정책자금 지원을 연동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단순 지원금 대신 융자 방식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정부 R&D 자금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됐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기술 혁신 역량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