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가도를 달리던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여러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형 기술기업의 올해 3분기 성장세가 꺾였다.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도 있다.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규제하려는 국회와 규제당국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현안이다.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나 안전 사고 발생으로 인한 기업 명성 관리의 고민도 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빅테크 기업은 기술 기반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으로 소비자 편익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고속 성장했다. 이런 기업은 공통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더 많이 연결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커지므로 시장 지배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독점성을 갖는다.
지난 수년간 빅테크 기업들은 비즈니스 성과와 외향적 성장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미래에는 자신들의 규모와 영향력을 성찰하고 스스로 관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윤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결정을 내리는 환경과 기업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까.
빅테크 기업은 우선 윤리적 딜레마로 인한 신뢰의 위기를 인지하고 주목해야 한다. 한 기업에 대한 소비자, 투자자, 회사 구성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 고객 충성도, 재무 성과, 브랜드 자산 등이 영향받기 때문이다.
필자는 빅테크 기업이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숙하려면 경영진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판단의 준거로 활용할 수 있는 공유가치를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비즈니스 결정을 해야 할 때 회사의 공유가치를 최종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딜로이트의 중요한 공유가치 중 하나는 정직성이다. 경영자로서 수익 창출과 윤리적 선택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아무리 매력적인 딜이라도 회사의 공유가치와 배치된다면 일정 손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기적 이익보다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택이 기업의 신뢰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업 목표 설정, 전략 수립, 서비스 디자인, 사업 전개, 고객 지원 등 비즈니스 전 주기에 걸쳐 공유가치와 맞물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조성돼야 한다. 또한 이는 기업 문화로 뿌리내려야 한다.
물론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경영진이 회사의 공유가치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회사의 공유가치를 세우는 데 투자하기를 기대한다.
이들이 공유가치를 내재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통합적이고 전사적으로 준비해 나간다면 현재 직면한 여러 도전을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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