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있겠죠.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대통령실 한 참모가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성과를 거뒀음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 MBC 대통령 전용기 1호기 탑승 배제가 그 원인이냐’고 재차 묻자 이 참모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9개국(필리핀·태국·캄보디아·미국·일본·중국·사우디아라비아·네덜란드·스페인) 정상급과 회담하는 ‘외교 슈퍼위크’를 보냈음에도 지지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의 거취 문제와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꺼리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15~17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해 18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29%로 집계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공동으로 14~16일 성인남녀 1007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순방 효과를 압도하는 하락 요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MBC 전용기 배제, 이 장관 거취 논란 등은 중도층과 20~30세대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됐고, 지지층을 보수 진영으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언급을 꺼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11일 순방 전 배웅 나온 이 장관의 팔을 두 번 두드리고, 16일 순방에서 돌아온 뒤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한 것을 ‘유임’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대통령실 내에 강하다.
특히 MBC와의 대결 구도가 지지율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거론하는 것은 대통령실 내에서 ‘금기’로 인식된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MBC 보도의 문제점은 대통령실 전반이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그만큼 이 문제가 지지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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