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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강북구 3개·송파구 21개…심각한 서울 '교통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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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강북구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로 출퇴근을 하던 직장인 A씨는 최근 자취를 시작했다. 하루 평균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길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서다. A씨는 “강북구에서 시내로 나오는 방법은 지하철 4호선 하나 뿐”이라며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더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중교통 환경이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지역에 지하철 등이 밀집되면서 그외 자치구에 사는 시민들은 매일 ‘지옥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내 전반적인 대중교통 확충보다는 정밀한 맞춤형 계획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인구 50만 관악구, 지하철역은 4개
20일 한국경제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지하철 인프라가 가장 열악한 지자체는 관악구였다. 인구가 49만9449명(2021년 말 기준)에 달하지만 지하철역은 2호선 낙성대, 서울대입구, 봉천, 신림 등 4개 밖에 없다. 역당 인구수가 12만 4862명에 달한다. 지하철 수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1~9호선과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 서울시내 구간 기준이다.

강북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45만487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강북구에는 지하역이 4호선 수유, 미아, 미아사거리 등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10만854명)와 함께 양천구(9만97명)도 지하철 역당 인구수가 10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강남과 시내에 있는 자치구들은 지하철 1개역당 인구 3만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는 평균 3만2359명이 1개 지하철을 이용했다. 인구가 66만3965명인 송파구에는 지하철역이 21개나 있었다. 중구(5730명), 종로구(1만253명) 등도 매우 낮았다.

조오섭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별로 전철역 3개 이상 소재하는 행정동 비율은 강남구 64%, 서초구 67%에 달하는데 반해 서울 동북지역에는 강북구 15%, 노원구 11%, 도봉구 14%에 불과해 강남북간 도시철도 인프라 격차가 매우 크다.

인프라에 따른 출퇴근 시간도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이 40분이 넘는 자치구(2021년 기준)는 강북 3구로 불리는 노원구(41.6분), 도봉구(40.5분), 강북구(42.3분)와 양천구(42.8분) 뿐이다.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의 출퇴근 시간은 평균 35.4분으로 서울시 평균(37.5분) 보다도 낮았다.
경제성만 따져선 해결 안돼
서울시는 이같은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10개년 도시철도망을 구축한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철도망 구축은 더디게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서울시는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하며 노원구, 중랑구, 은평구 등을 지나는 7개 경전철 노선을 발표했지만 현재 개통된 노선은 신림선 하나다. 동북선(성동구 왕십리역~노원구 상계역)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이고 면목선(청량리~신내), 목동선(신월동~목동),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방학) 등은 삽도 뜨지 못했다. 그나마 우이신설 연장선은 기본계획 수립중이지만 면목선, 목동선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비타당성조사 진행 중이다.

사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경제성 평가때문이다. 예비타당성을 검토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인데 유동인구가 적은 구들은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조혜림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는 “강북에 있는 구들은 거주인구는 많은데 유동인구가 적어 출퇴근 통행량은 많지만 낮시간때는 이용객이 낮다”며 “경제적, 사업의 타당성 인정받으려면 강북보다는 강남이 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교통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미 사회 기반 시설이 갖춰진 지역만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고, 다시 투자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조 의원은 “교통의 불균형이 사회·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지역간 불균형을 바로 잡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도시철도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모두 ‘경제성’보다는 ‘선공급·후수요 창출’의 정책 방향성을 세워 지역간 불균형의 추를 바로 잡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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