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2시간30분 전 현장에 있던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교통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교통기동대를 포함한 경찰 인력 대부분은 서울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시위에 투입된 상태였다. 소규모 인원이라도 이태원 골목에 배치했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에서 지휘를 담당하던 용산서 경찰관은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 “집회 현장에 있는 교통기동대를 보내달라”고 용산서 교통 관계자에게 긴급 요청했다. 요청한 인원은 20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서울 곳곳에 수만 명이 몰려 집회하고 있기 때문에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통기동대를 대신해 용산서 교통안전계 소속 직원 6명을 이태원으로 보내 “인파가 몰리면 교통관리가 어려워지니 지금부터 주차단속을 해라”고 지시했다. 교통기동대는 오후 9시30분 도착했지만 이미 현장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서울청 대규모 기동대는 사고가 발생한 1시간15분 이후에 도착해 사고 수습만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서울 곳곳에선 집회·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은 대부분의 기동대 인력을 집회·시위에 투입했다. 오후 8시 용산 삼각지역에선 보수·진보 시민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신자유연대 소속 400여 명은 오후 9시까지 전쟁기념관 서쪽에서 집회를 열었다. 촛불전환행동 소속 7000여 명은 중구에서 삼각지역으로 행진했다. 서울경찰청은 50~60중대, 5000여 명의 경력을 집회에 투입했다. 서울 시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기동대 인력을 전부 투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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