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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 떠다니는 칸딘스키 추상화…살아 움직이는 클림트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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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의 힘은 ‘작품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에서 나온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가로·세로 1.3m의 캔버스를 뚫고 나와 거대한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과 마주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조형적 요소들은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처럼 유유히 흐른다.

미디어아트는 감각의 확장이기도 하다. 자연 풍경에 기술을 덧입힌 미디어아트는 관람객들에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항상 신기함과 경이로움만 주는 건 아니다. 때로는 도심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체 모를 영상이 죽음과 종말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미디어아트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 중 가볼 만한 전시를 국내 대표 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와 선별했다.
앉아서, 누워서 즐기는 거장의 작품
프랑스 파리는 그 자체로 ‘예술의 역사’다. 설립 100년이 훌쩍 넘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적지 않다. 2018년에 생긴 디지털 아트센터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는 이들과 비교하면 신생아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 틈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다.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미디어아트다. 3000㎡ 규모의 거대한 전시장이 곧 거장들의 캔버스가 된다. 지금은 폴 세잔과 칸딘스키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세잔이 남긴 자화상과 풍경화, 칸딘스키의 추상화가 전시장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이곳에선 앉아서, 누워서 작품을 감상해보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가득 차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그들의 일생을 자연스럽게 되짚어보게 된다.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가면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이 꾸민 예배당을 볼 수 있다. 터렐은 빛을 사용해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만드는 현대 예술가다. 그는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도로텐슈타트 공동묘지의 예배당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했다. 공동묘지라고 하면 섬뜩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철학자 헤겔, 소설가 루이스 하인리히 만 등 독일의 수많은 유명 인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어서다. 예배당 안에 들어가면 푸른색, 보라색, 초록색의 빛깔이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빛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 앞에서 관람객은 명상과 사유의 시간에 잠긴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에 건네는 위로
실내에서만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본 규슈의 미후네야마 라쿠엔 정원에선 자연과 미디어아트의 경계가 사라진다. 깎아지른 듯한 미후네산을 배경으로 50만㎡에 달하는 정원이 조성돼 있다. 1845년 만들어진 미후네야마 라쿠엔의 넓은 정원을 거닐다 보면 마치 숲속을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자연이 잘 보전돼 있다.

이곳에선 미디어아티스트 팀랩이 ‘신이 사는 숲(A Forest Where Gods Live)’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고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 표면 위에 영상을 투사해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은 착시를 주는가 하면, 암벽 위에는 제철을 맞은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한다. 관람객이 숲속을 지나가면 나무들 사이에 빛이 연속해서 퍼져나간다. 연못 위에는 센서를 설치해 배가 잔잔히 떠 있으면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물고기들이 배 주변에 모여들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땐 배를 피해 헤엄친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철학적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K팝 스퀘어에서 열리고 있는 강이연 작가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전시가 그렇다. 가로 81m, 세로 20m 크기의 초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에선 폐허와 같은 벽이 부서지고, 석회화된 날개가 산산조각난다. 초현실적인 이 작품은 인간 때문에 소멸되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동시에 사라진 모든 것에 대한 위로를 건넨다. 강 작가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작품을 바라보며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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