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0명 넘게 숨지는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는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위안잔치’에서 67명이 숨진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의 인명 피해가 났다. 세계적으로로도 1883년 영국 선덜랜드 빅토리아 홀 참사(183명 사망), 1943년 영국 베스널 그린 지하철역 참사(173명 사망)에 비견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왜 이런 대형 압사 참사가 났는지, 군중 압사 사고를 다룬 국내외 논문을 살펴봤다.
군중 압사사고를 일으키는 물리적 요인 중 하나는 압력이다.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미는 힘에 의해 질식하게 되는 것이다. 왕 젠 중국 난카이대 도시안전연구원 교수는 2008년 논문에서 “군중이 몰리며 생성되는 압력은 철제 펜스나 벽돌 벽도 파괴할만한 수준”이라며 “압력에 의해 선 채로 질식해 숨지기도 하고, 실수로 넘어진 사람에 걸려 또다시 넘어지는 사람이 쌓이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논문에 따르면 1989년 영국 셰필드에서 일어난 힐스버러 스타디움 참사에서 군중의 압력을 받아 휘어진 철제빔을 분석한 결과, 1m 길이 벽에 4500N(뉴턴)을 넘는 압력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4500N은 지구 중력이 약 459kg의 질량을 가진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인데, 사람들이 넘어져 수직으로 쌓이지 않고 수평으로 기대는 힘만 더해져도 이 정도 힘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수직 방향으로 넘어져 깔린 이태원 참사의 경우 이보다 훨씬 큰 힘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압력이 가해지면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한다. 사람의 체격과 나이 등에 따라 다르지만, 수초에서 수분이면 압력에 의해 질식사하기 때문이다. 왕 젠 교수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중력 방향으로 635kg의 압력을 받으면 15초, 113kg의 압력을 받으면 4~6분만에 숨진다. 평균적으로 성인 1명이 특정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신체를 기대면 260N의 힘, 약 26kg으로 짓누르는 압력이 생긴다. 성인 4~5명이 수평 방향으로 기대는 힘만 받아도 수분 안에 질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람이 깔렸다는 최초 신고는 지난 29일 저녁 10시 24분에 접수됐다. 10분도 안돼 용산 관내 구급차량들이 총출동했지만, 구급대원들은 1시간이 지나서야 인파가 몰린 골목을 뚫고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왕 교수는 “군중 압사는 재난의 모든 과정이 고작 수분 안에 발생한다”며 “당장 구조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군중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물리적 요인은 군중 밀도, 즉 정해진 면적 안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정도다. 1㎡ 당 7.13명의 사람만 모여도 치명적인 밀도로 분류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은 폭 3.2m에 길이 40m의 좁은 길로, 면적은 128㎡ 가량이다. 이 길에 군중이 912명만 몰려있어도 치명적인 밀도라는 의미인데, 현장 사진을 보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준 화재공학연구소장은 2018년 연구에서 “군중을 통솔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주변 시설물을 개방하거나 일정 규모 단위로 군중을 끊어주는 ‘블록화’를 통해 밀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중 압사 사고는 준비한다면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 소장은 “예방과 대비 단계에서 사고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군중이 밀집되는 집회, 공연에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계단 또는 경사로 등과 같이 군중의 끝부분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물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