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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제 실사 의무화 코앞…기업들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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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권 실사 관련 기준·평가·보고 지침이 고도화되면서 기업들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사진)는 지난 28일 법무부 주관으로 열린 ‘기업과 인권’ 세미나에서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 제정에 힘을 싣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있어 인권침해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본사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경영활동을 펼치더라도 해외 사업현장이나 협력업체의 생산현장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서다. 인권침해 사건이 불거진 직후 불매운동 등으로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기업이 직접 인권침해 예방에 힘을 쏟아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더 얻었다.

나이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1992년 온실가스 저감대책, 1993년 환경 액션팀 출범 등 환경 관련 전략을 선제적으로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그런데 1996년 파키스탄 생산공장에서 12세 소년이 일당 60센트를 받으며 일한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불매 운동과 주가 하락을 겪었다. 그 후 나이키는 해외 공장의 이름과 장소를 모두 공개하고, 인권 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600곳이 넘는 협력사 공장의 노동 조건을 감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세계 주요국에서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강하게 규제하는 법안이 줄줄이 도입되고 있다. 독일은 기업이 원자재 도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모든 생산과정에 걸쳐 인권 침해 여부를 실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규모 제재금을 부과하는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독일 기업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100곳이 넘는 국내 기업이 이 법을 따라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2윌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을 내놓았다.

민 변호사는 “분쟁 광물, 아동 노동, 강제 노동 등 특정한 인권 침해문제에 대해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권 전반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는 법이 제정되는 분위기”라며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매년 글로벌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를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GPs)에 기초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정도로 인권 실사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희주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블랙록,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인권을 포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기업에 투자하는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ESG가 기업의 중장기적 생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 만큼,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K-ESG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ESG 이행을 위해 필요한 핵심사항과 주요 평가항목을 제시했다. 61개 평가항목엔 인권정책 수립과 인권 리스크 평가도 포함돼 있다. 산업부는 올 들어선 산업별, 기업 규모별로 가이드라인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ESG 경영과 평가 대응을 돕기 위한 플랫폼(K-ESG 경영지원 플랫폼)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사무관은 “내년에는 해외 공급망 실사 관련 법의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을 자문해주는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인권 정책 주무부처인 법무부도 기업들에 대한 지원의지를 내비쳤다. 법무부는 현재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수립과 이행상황 점검 등을 맡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제 기준에 맞는 인권 관련 경영을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지만 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기업 실무자들이 현실적인 실천 방안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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