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20·사진)은 ‘눈물 젖은 빵’의 맛을 아는 골퍼다. 두 살 때 한국을 떠난 뒤 호주와 필리핀, 태국을 옮겨다니며 골프를 익혔다. 바게트 빵 하나를 형과 나눠먹으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대한 꿈을 키웠다.
2018년 아시안투어 2부 투어인 아시안 디벨롭먼트투어(ADT)에서 프로 생활에 입문한 김주형은 2019년 아시안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자신의 스윙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클럽을 쓰지 못했다. 그때그때 주어진 클럽에 스윙을 맞췄다고 한다. 김주형이 처음 전문 피터에게 클럽 피팅을 받은 것은 2019년 11월, 골프를 시작한 지 12년 만이었다.
변변찮은 지원의 빈자리는 타고난 재능으로 채웠다. 당시 김주형의 클럽피팅을 담당했던 임지웅 타이틀리스트 피터는 “김주형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클럽을 테스트할 때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김주형이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키다리 아저씨’였다. 아시안투어에서 김주형이 선보인 활약에 가능성을 확인한 CJ그룹은 2020년 CJ대한통운을 통해 곧바로 후원계약을 체결했고 뒷바라지에 나섰다.
제 몸에 꼭 맞는 클럽과 든든한 후원사를 만난 뒤 김주형은 본격적으로 날아올랐다. 2020년 7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에서 우승하며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109일) 기록을 썼다. 코리안투어 최연소 우승(18세 21일)의 영광도 안았다. 이듬해에는 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1위를 싹쓸이하며 물오른 실력을 보여줬다.
이제 김주형은 ‘꿈의 무대’ PGA투어에서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와 비교되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김주형의 잠재력을 믿은 결과를 성과로 화답해줘 기쁘다”며 “앞으로도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