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피(패션 피플)’들에게 아디다스는 나이키에 밀린 2인자 이미지가 아니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비롯해 세계 유명 패셔니스타(옷 잘 입는 연예인)들이 1980년대 나온 아디다스 ‘삼바’ 모델을 신은 모습이 SNS 등에 포착되면서 힙한(개성 강한)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의 아디다스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수십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날 아디다스가 출시한 신발을 구매하려는 이들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이키도 아닌, 아디다스 매장 앞에 ‘오픈런’이 벌어지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리셀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아디다스의 ‘삼바 ADV블랙’ 모델은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발매가 9만9000원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제니가 이 모델을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여성용은 중고 가격이 60만원대로 치솟았다.
제니뿐 아니라 해리 스타일스, 켄달 제너 등 글로벌 스타 사이에서도 아디다스의 인기가 높아졌다. 1990년대풍 ‘레트로(새로운 복고) 붐’ 영향이다. 아디다스는 인기를 감지하고 최근 클래식한 디자인의 유니폼과 신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 스포츠·패션 시장에서 아디다스가 한때 라이벌이었던 나이키에 밀린 지는 수십 년도 더 됐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연 매출은 7000억~8000억원대로, 나이키(지난해 한국법인 매출 1조6748억원)에 한참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면서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은 2017년 이후 매년 600억~700억원가량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한정판을 판매해 상품의 희소성을 강화하는 나이키 전략을 따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아디다스가 발표한 ‘Own the game(게임을 지배하라)’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디다스의 이 전략은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고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D2C(Direct to customer)를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온라인과 직영점 판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정판 상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D2C 판매 비중을 늘리기 위해선 한정판 확보가 필수”라며 “아디다스가 최근 ‘가젤’, 삼바 등을 한정판으로 선보인 것도 이런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