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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제2의 한반도가 될 것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칼라일 부회장(사진)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전쟁 후 한국과 같은 민주 독립국가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영토가 분단된 채 불안정한 정전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침체를 겪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중동 지역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강연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됐다.
“우크라 전쟁 6개월 이상 갈 것”
스타브리디스 부회장은 이날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2’ 행사에서 ‘신냉전 전개 방향과 투자자 시사점’을 주제로 화상 강연을 했다. 그는 1976년 해군 장교로 임관해 미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미국 남부 사령관 등을 거쳐 2009년부터 2013년까지 NATO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일했다.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쟁이 최소 6개월~1년가량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결국 독립국으로 남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정도를 차지하고 일부 지역은 비무장 지대로 남은 채 한반도처럼 정전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우크라이나가 기존 영토의 90% 이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면 사이버 전쟁이나 핵무기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봤다. 스타브리디스 부회장은 “러시아가 전략핵 무기까지는 아니어도 전술핵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이 경우 NATO도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유럽 경제가 침체되겠지만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도 핵 포기 않는다”
스타브리디스 부회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술적 도전 과제라면 미·중 관계는 전략적 도전이자 글로벌 변수”라며 러시아보다 이란과 중국 문제가 더 큰 위협 요소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정학적 변수가 투자와 자금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중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문제를 대표적인 위험요소로 꼽았다.그는 “세계 모든 국가는 남중국해를 공해로 보고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미국 전체 영토의 절반 크기인 남중국해를 본인들의 해역이라고 주장하며 인공섬을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여기며 대만을 상대로 언제든 군사작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우려 대상이자 한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숨어 있는 뇌관’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란은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것”이라며 “러시아보다 중동 문제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대화와 외교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통 창구는 열어놔야 한다”며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 소통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를 한 국가가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며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때 겨울로 접어든 국제사회에도 봄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정인설 특파원/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