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재초환) 부과 금액을 종전보다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부과 기준을 현실화하고(면제금액 상향), 부과 개시 시점 조정(조합설립 인가일로 변경),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 주택 보유 기간별 차등 감면, 고령자 납부유예 등입니다.
감면 정도가 얼마이건 재건축에는 긍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개별 단지마다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소폭 부과되는 곳과 감면받더라도 부과 금액이 적지 않은 곳의 입장차이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추진요인이 큰 곳은 후자라는 점, 지역으로는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수도권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수요자 배려'에는 장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장기거주자일수록 재초환 부담금을 감면하겠다는 것은 선호 지역 재건축 아파트일수록 더 좋을 겁니다. 그렇지만 재건축할 수 있어도 상대적으로 비선호 지역이기에 팔고 이사 가고 싶은 주민도 있는 곳이라면, 새로 이사 오는 사람에게는 예상 재건축 시점이 가까울수록 그만큼 가격을 낮춰서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민마다 다른 재초환 부담금이 사업 동의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고령자 납부유예도 언젠가는 세금 원금에 지연 가산세를 더해서 내는 것이기에 조금 아쉽습니다.
재초환은 본래 재건축을 억제하려 만든 제도입니다. 때문에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지금 시기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적용 대상의 범위가 달라진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재건축이 논의되는 구축 아파트 물량의 대다수는 1990년대에 준공된 것들로서 1기 신도시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재초환이 도입되던 시기에는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정도였지만, 지금은 재건축을 논의할 시기가 됐습니다. 재초환이 도입되던 당시와 지금의 사회환경적 요건이 크게 다릅니다. 더구나 저들 아파트는 부촌으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재초환 자체의 폐지도 고민하는 제도개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초환은 조금 줄이면 정비사업의 추진에 탄력을 주기 어렵고, 크게 조정하면 긍정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당장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포함한 민간중심의 주택공급 확대' 라는 정책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재초환 개편·개선은 그런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타 상황 여건 등으로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현실을 더욱 반영한 다음 걸음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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