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으로 쌀 매입을 의무화하면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무화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하자는 게 우리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의무제를 안 해도 정부가 지금껏 (시장) 격리를 해왔다"며 "2005년 이후 10번을 했고 매입을 의무화하지 않아도 정부가 격리를 하면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부작용이 너무 클 게 명약관화하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2020년까지 타작물 생산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쌀값이 안정화됐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과거)쌀값이 안정됐던 것은 타작물 재배 지원도 영향이 있었지만 주요 원인은 흉작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 정부도)타작물 재배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했고 시장의 기본 수급 균형이 맞아야 결국 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5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소관 부처인 농식품부와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정부가 무조건 초과 생산량을 사들이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가 더 심화하고, 안 써도 될 예산을 투입해 청년농 육성 등 농업 혁신을 위한 투자도 저해될 것이란 게 정부·여당의 판단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도입 시 쌀 과잉 생산이 늘면서 수매에 드는 정부 예산이 2030년까지 연평균 1조443억원이라는 예측치를 내놓기도 했다.
거의 매년 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다보니 정부가 매입한 쌀은 보관 기한(3년) 후 매입가 10~20% 수준의 헐값에 주정용·사료용으로 팔린다. 시장격리에는 헐값 매각에 따른 손실에 보관료와 금융비용까지 더해진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비슷한 논의가 채소 등 다른 작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해 재차 "(과잉생산 쌀 수매) 의무화는 부작용이 너무 클 게 확실하고, 농업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소신이 있다"며 "(대안으로) 전략작물 직불제를 대폭 확대하고, 올해 같은 상황이면 시장격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작물 직불제는 벼 대신 밀, 콩, 가루쌀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주는 제도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정 장관은 농가에 주는 보조금인 농업직불금 예산을 5조원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