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홈 플랫폼’을 가전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전 시장이 포화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스마트홈 생태계를 넓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면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복안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알아서 척척 하는 ‘인공지능(AI) 기능 확대’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더 많은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성 강화’를 각각 스마트홈 기술 개발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들어 LG 씽큐 애플리케이션(앱)에 신규 AI 서비스를 대거 추가했다. 지난 1월 추가한 ‘UP가전 센터’ 서비스를 비롯해 ‘생활연구소’ ‘마이홈리포트’ ‘맞춤형앱푸시’ ‘Q리워드’ ‘모닝브리핑’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고객경험 혁신’을 여러 차례 강조한 조 사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LG전자는 조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말부터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플랫폼사업센터를 신설, LG 씽큐 사업화에 나섰다.
LG전자는 LG 씽큐의 ‘업그레이드’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달 초 LG 씽큐 앱에 LG 가전 맞춤 조리법과 음식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를 시작한다. 고객의 음식 취향에 맞춘 조리법을 제공하고, 클릭 한 번으로 조리법에 맞춰 광파오븐이 자동 세팅되는 기능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씽큐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연동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LG 씽큐에 ‘애플 홈킷’ ‘아카라’에 이어 최근 ‘헤이홈’ 등 글로벌 IoT 업체의 기기를 연동했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표준 제정에 착수한 글로벌 연합체 CSA(커넥티비티 스탠더드 얼라이언스) 의장사로 지난달 선정됐다. 최근엔 주요 가전, 공조 업체들이 가입한 HCA(홈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에도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스마트싱스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개방성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CE(소비자가전) 부문과 IM(모바일·네트워크) 부문을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으로 통합한 뒤 스마트싱스를 통한 기기 간 연결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싱스는 개방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생활가전 제품은 물론 전구와 센서 등 삼성전자를 비롯한 300개 이상 파트너사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특히 가전 원격 제어 기능, 스마트폰 알림 제어 기능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TV와 생활가전에 HCA 표준을 적용해 13개 회원사 기기를 연동한다. 한 부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가 현재 전 세계 2억3000만 명인데 이를 5년 내 5억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은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전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몇 년 안에 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기기가 연동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