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04일 10: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깜짝’ 매각을 계기로 ‘애물단지 매물’로 꼽히는 KDB생명보험 매각도 연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국내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매각주관사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KDB생명의 매각 계획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하겠다"며 속도전을 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산은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KDB생명 지분 92.7%를 보유 중이다.
◆'빠른 매각' 한다지만.. 이번엔 다를까
KDB생명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5번째다. 산업은행은 앞서 2010년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6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모두 85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14년 두 차례, 2016년, 2020년 총 4차례에 걸쳐 공개 매각 작업을 벌였으나 모두 무산됐다. 네 번째 시도에서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으나, 1년 넘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올해 초 최종 불발됐다.업계에서는 이번 매각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KDB산업은행이 2020년 매각 당시와 비교해 대내외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KDB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99.6%를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 기준 187.27%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RBC 비율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사에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평가 지표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치 150%,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 100%는 충족했지만, 올해 상반기 업계 평균 216.2%보다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부적 환경도 매각 시기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보험업계는 내년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여념이 없어 새로운 M&A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되는데, 이는 생보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아 KDB생명의 인수 매력도를 더욱 낮추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보험사가 M&A시장에서 거래가 되려면 RBC비율이 최소 300% 수준은 충족시켜야 한다”며 “그래야 새 주인이 추가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 정상화 비용이 관건
매각의 최대 관건인 몸값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JC파트너스는 2020년 당시 구주 약 2000억원, 유상증자 비용 3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구주 가격 2000억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0.19~0.20배 수준을 적용했다. 동종 기업인 한화생명, 동양생명의 PBR 각각 0.17배, 0.21배 수준의 평균이었다. PBR은 보험사의 가치를 판단할 때 판단 지표로 주로 활용된다.현재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한화생명, 동양생명의 PBR은 각각 0.22배, 0.35배다. 평균치인 0.28배를 KDB생명에 적용하면 약 2000억원 안팎 수준이 나온다.
결국 관건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유상증자를 얼마나 할지에 따라 달려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매각 당시에 업계에서는 KDB생명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최소 3000억~7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구주 금액보다도 유상증자를 얼마나 할지가 중요한데 요즘 같이 금리 인상기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선뜻 인수전에 뛰어들려고 할 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