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연금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프랑스가 정년 연장 등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연금이 고갈될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예산장관은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르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유일한 연금 개혁안은 정년 연장뿐”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년(민간기업 기준)은 62세로 이때부터 연금을 수령한다. 아탈 장관은 “프랑스 연금이 적자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는 증세나 나랏빚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 2027년까지 80억유로(약 11조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탈 장관은 또 “프랑스인이 (연금 개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해도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초고령사회다.
연금 개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재선에 도전하면서 정년을 62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등 연금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재선에 성공한 뒤 인터뷰에서 내년 여름까지 연금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연금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아탈 장관은 연금 개혁을 위해 야당과 협조하겠다면서도 프랑스 헌법에 기반해 마크롱 행정부가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았다. 프랑스 헌법은 특정한 상황에서 국회의 승인 없이 정부가 입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 행정부가 연금 개혁을 밀어붙였다가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연금 개혁을 추진했다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에 총파업에 직면했다.
같은 날 스위스 의회는 여성의 정년을 현 64세에서 65세로 연장해 남성과 동등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찬성 50.6%, 반대 49.4%로 가까스로 의회 문턱을 넘었다. 스위스 남성의 정년은 65세지만 여성의 정년은 그보다 1년 빨랐다. 한편 이날 스위스 의회는 부가가치세율을 현재 7.7%에서 8.1%로 올리는 안도 처리했다. 부가가치세 세수를 늘려 연기금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