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PA, 2027년부터 트럭 강력 규제
지난 3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오는 2027년부터 대형 트럭의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EPA는 배출 규제를 통해 조기 사망 최대 2,100명 감소, 병원 입원 및 응급실 방문 횟수 6,700건 감소, 어린이 천식 발병 사례 1만8,000건 감소, 천식 증상 및 알레르기 비염 증상 310만 건 감소, 110만명 아이들의 학교 결석 일수 감소를 목표로 내세웠다. 인간 보호를 위한 규제인 만큼 강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고 이를 토대로 중대형 트럭의 내연기관 퇴출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EPA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2027년부터 대형차의 매연 및 질소산화물 감축을 시행하되 추가 물질 규제는 물론 상업용 차의 온실가스 표준을 설정해 규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국 내에서 운영되는 물류의 탄소 발자국을 없애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특히 EPA는 건강 질환이 저소득층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이들의 위험성을 낮추는 게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2027년부터 강력 규제에 들어가는 대형 트럭은 2045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지금의 60%까지 줄이도록 로드맵이 짜여 있다. 제조사의 기술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미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선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EPA는 이 과정에서 스쿨 버스, 시내 버스, 상업용 배달 트럭 및 단거리 트랙터 등의 전동화가 어렵지 않다고 내다봤다. 보조금 등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청정대기 계획을 실행하면 운송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어 트럭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밝힌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EPA보다 한발 앞선 규제를 2024년부터 도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중대형 내연기관의 판매 종료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상용차 배출 규제는 미국뿐 만이 아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총중량 8톤 이하 신차의 30%를 전동화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비중을 확대해 2040년에는 이동 에너지를 100% 전기, 수소 또는 합성연료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터리 전기차는 일본상용차연합 주도로 교체식을 선택했다. 물류 사업자의 비용을 낮추고 배터리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더불어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일상 전력망에 공급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상용차를 중심으로 무선 전기 배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전력망 측면에서 상용차를 주목하는 이유는 사용하는 배터리 용량이 승용차 대비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 자체가 많은 탓에 당연한 선택이지만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남은 전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전선이 없는 곳에 전기를 가져다줄 수 있어서다. 상용 전기차가 이동은 물론 비상시 일종의 전기 에너지 저장장치(ESS)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동 부문의 전동화는 단순히 이동 수단의 에너지가 기름에서 전기로 바뀌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동 가능한 수단에 전기가 담겨 어디로든 에너지 자체도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전기는 누구든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자신이 보유한 전기차 배터리에 담을 수 있고 필요하면 이웃집에 나눠줄 수도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전력 운반 장치로 여기는 배경이다. 기름이 탱크로리에 실려 주유소로 옮겨지듯 전기차에 담긴 전기도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공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