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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서의 부당성 판단 기준[Lawyer's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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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9월 21일 15: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개정전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으로 한정한다)에 속하는 국내 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한다),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단독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구 공정거래법(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7호에서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 대여금,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상품, 용역, 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즉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규정에 의하여 규제의 대상이 되는 부당지원행위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고 이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그 지원행위가 현저히 유리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거나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변칙적인 부의 세대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어도 사실상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2013년 8월 13일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신설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조문의 제목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통상 '사익편취행위 금지'라고 자주 일컬어지고 있고, 2020년 12월 29일 법률 제17799호로 공정거래법이 전부개정된 이후 현행 공정거래법 제47조에 거의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있다.

이와 같은 입법의 의도와 경위에 비춰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 행위의 '부당성'이 그 요건인가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종래의 부당지원행위에서는 보통 '공정거래저해성'이 요건이라고 이해되어 왔는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행위에서는 '공정거래저해성'이라는 요건이 법문에서도 표현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위 규정의 신설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더 이상 '부당성'이라는 요건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존재했다.

그런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규정 자체에서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것만을 금지하고 있고, 당초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을 때에는 단순히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라는 문언만 있었다가,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이라는 표현으로 수정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부당한' 이익이라는 요건은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부당성'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해서는 규제의 목적과 관련하여 경제력 집중의 억제를 주로 고려할 것인지, 경쟁제한성을 이에 포함시킬 것인지, 경제력 집중의 억제의 내용과 관련하여 일반집중 외에 소유집중(소수지배집중)도 포함시킬 것인지, 공정위로 하여금 이에 대한 별도의 입증을 요할 것인지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존재했다.

한편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22년 5월 12일 선고 2017두63993 판결에서 이에 대한 명시적인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대법원은 우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규정에서 '부당성' 판단이 필요한지의 여부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명시적으로 긍정했다.

나아가서 '부당성'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해서는 <i>"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i>고 판시했고, 부당성의 입증이 필요한지에 관해서도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행위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 자체가 바로 부당한 것이므로 별도의 부당성에 대한 논증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대법원에서 배척된 것으로 보이고, 구체적인 부당성의 판단기준에 대한 고찰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판시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는 주관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고, 행위주체, 객체와 특수관계인의 관계,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은 객관적인 요소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견 객관적인 요소로 보일지라도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그 의미나 해석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위의 각 사정이 주관적 요소 또는 객관적 요소 어느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기존에 주로 문제되었던 '공정거래저해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의 유지·심화 우려'를 말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경제력 집중을 유지하거나 심화시킬 의도나 목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라면 구체적으로 공정거래저해라는 결과가 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이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경제력 집중을 유지하거나 심화시킬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는 행위로서 경제력 집중을 초래한 결과도 전혀 없는 것이라면 그와 같은 행위를 이 규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의도라고 보인다.

이로써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행위 규정을 적용하기 위하여 부당성이라는 요건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요소들을 제시하였고, 그 각 요소들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하여는 사례의 축적을 통하여 밝혀 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기업의 내부거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할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될 여지가 거의 항상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하여 정상가격에 의한 거래인지의 여부와 함께 경제력 집중을 유지하거나 심화시킬 의도나 목적에 의한 행위인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대법원이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간에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각각의 판단 요소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하도록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유사한 사례에서의 판단의 구체적인 내용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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