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6년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한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까지 가두행진했다.
16일 진행된 집회와 행진에는 금융노조 집행부와 39개 지부 조합원 등 1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 양대노총 위원장 및 산하 조직 산별·연맹 위원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도 함께했다.
금융노조는 5.2%의 임금 인상률과 근로시간 단축(주 4.5일 근무제 1년 시범 실시), 점포폐쇄 시 사전 영향평가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개선,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중단, 산은 부산 이전 중단 등을 요구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점포와 고용을 줄이고 주주 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사용자들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삼각지역까지 행진한 뒤 주요 요구 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하고서 해산했다.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이날 집회·행진으로 광화문과 용산 일대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현장에 교통경찰 등 200여 명이 배치돼 차량 우회를 유도하는 등 교통관리에 나섰으나 혼잡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TOPIS) 기준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세종대로와 한강대로 일부 행진 구간에서 차량 운행 속도가 시속 5km까지 떨어질 정도로 정체가 심했다.
점심 무렵에도 시속 12km대에 머물러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은행노조가 총파업에 나섰지만 금융대란은 없었다. 저조한 파업 참여에 시중은행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정상 영업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전체 직원 대비 0.8% 수준으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모든 영업점이 정상 영업 중이며 인터넷뱅킹, 모바일 뱅킹, 영업점 전산망 등 전산시스템도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파업 참여율이 높았다. 전체 직원의 30~40%가 이번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으로 노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다른 국책은행보다 파업 참여율이 높았다.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도 이번 파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한편 노조 측은 이달 30일 2차 총파업도 예고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