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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도 미국우선" 공식화…삼바·셀트리온 수출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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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전기차에 이어 바이오산업에서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공식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는 물론 의약품 원료 생산업체들도 중장기적으론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만큼 한국 바이오기업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공장 없는 삼바, 美 투자 저울질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신규 투자와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미국에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은 물론 생산까지 유도하는 지원책이 담길 전망이다. 백악관은 “지금까지 해외에서 생산된 원료와 바이오 완제품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생산’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주 지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지난해 4486억원어치였다. 전체 매출 1조5680억원의 28.6%다. 유럽(48.1%) 다음으로 많다. 불과 2년 전 미주 매출이 624억원(8.9%)에 불과하던 데서 단기간 급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출은 지금까지 국내 생산만으로 이뤄졌다. 아직 해외 공장이 없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투자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州) 정부에 연방 정부 차원의 투자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국내 CMO업계가 그동안 미국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두는 것을 주저해온 건 높은 인건비와 설비 투자 등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지원이 늘면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4개 지역을 신규 공장 후보지로 점찍은 상태다. 회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M&A) 전략도 검토해 왔다.
셀트리온·원료 생산 업체도 ‘긴장’
셀트리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력 제품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3종을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부는 현지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도 하지만, 물량이 많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각각 22.6%, 25.4%에 이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발표할 정책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한 덕분에 한숨 돌렸다. 국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바이오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완제품뿐만 아니라 원료 물질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생산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의 원료 물질은 냉동(동결) 상태로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된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생산 설비가 모여 있는 미국도 원료물질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요 원료 물질 수입에 ‘역차별’ 정책을 펼 경우 현지 진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처럼 자본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딜레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의 자국 생산 유도를 어떻게 했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中 견제용’ 수혜 기대도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어디까지나 중국 견제용이라는 시각에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에서는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북미 고객사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50.8%에 달한다. 하지만 생산설비의 80%는 중국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을 원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시바이오에 위탁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내 업체의 미국 진출이 지체되면 현지 생산공장이 있는 스위스 론자 등 경쟁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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