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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1기 신도시…"리모델링 사업 엎어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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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정비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건설업계도 걱정스러운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기존 수주한 리모델링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4년께 기존 30만 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에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로 공급하는 내용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2월 국회에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특별법도 발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정비기본방침을 세우고 1기 신도시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기본계획을 세우는 '투트랙' 전략도 펼친다는 구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특별법과 마스터플랜 등으로 안전진단 완화와 용적률 상향 조치가 이뤄지면 기존 리모델링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부족했던 사업성이 채워지면 재건축으로 선회해 시공사가 낭패를 보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공 능력 톱5에 속하는 A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어디까지나 재건축의 대안이다. 재건축이 가능한 상황에서 리모델링을 강행할 주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기존에 수주한 리모델링 사업이 엎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 B사 관계자도 "당장은 규제가 적은 리모델링이 관심을 받고 있지만, 용적률과 안전진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등 재건축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정부를 통해 해결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면적당 공사비도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포스코건설은 3.3㎡당 639만원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마을 16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달 현장 설명회를 개최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 상아 1차' 재건축 조합은 예정 공사비로 3.3㎡당 705만원을 제시했는데, GS건설과 DL이앤씨, 한화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다. 고급화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리모델링과 재건축 공사비 차이가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재초환 규제가 완화되면 공사비 격차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재초환이 고급화를 유도해 공사비를 높이는 효과를 내온 탓이다.

C 건설사 관계자는 "재초환이 완화되면 재건축 공사비는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며 "조합원 입장에서 같은 돈을 낸다면 재건축이 선호될 테고, 리모델링 조합에서도 리모델링 파와 재건축 파의 헤게모니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기 신도시에서 여러 단지가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리모델링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 이러한 위험성까지 겹치니 매력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가 재건축으로 돌아서려면 기존 조합을 해산하고 정비사업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 파기를 통보받은 시공사와 소송전도 벌어질 수 있다. D 건설사 관계자는 "원활히 추진되던 사업을 엎는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공사 배상과 사업 지연 문제는 조합원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법과 마스터플랜으로 확보되는 사업성에 따라 많은 조합에서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건설업계의 우려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 사이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원 장관은 지난 8일 1기 신도시가 있는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시장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 54개 단지 가운데 7개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마스터플랜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모두 다 봐야 한다"며 리모델링 사업이 좌초하는 상황을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토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이달 중으로 재초환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3000만원인 면제 기준을 1억원으로 올리고 누진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한 주택을 장기 보유한 1가구 1주택자 대상 부담금 감면과 1주택 고령자 대상 부담금 납부 유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정성 평가 비중을 낮춘 안전진단 개선 방안도 연내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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