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발표했다. 지난 7월 물가 상승률(6.3%)과 비교해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던 물가 상승률이 꺾인 것은 1월(3.6%) 후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한 달 전인 7월과 비교하면 0.1% 하락했다.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하락 전환한 것은 2020년 11월 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난달 들어 둔화한 것은 작년 이후 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국제 원유 가격이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통계청이 집계하는 국내 석유류 제품의 8월 가격은 전달보다 10% 하락했다. 1998년 3월(-15.1%) 후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가장 가파른 하락률이다.
하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다른 제품은 그동안 이미 크게 오른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석유처럼 변동성이 큰 제품을 제외해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오르며 2009년 2월(4.0%)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달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8% 뛰며 1992년 10월(8.8%) 후 약 3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소류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7.9%나 급등했다. 지난달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와 잦은 비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풀 꺾인 물가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로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산유국들이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