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이웃집 정원에 물을 주다가 경찰에 붙잡힌 황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앨라배마주 칠더스버그에 사는 흑인 목사 마이클 제닝스(56)가 지난 5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길 건너 이웃집 정원에 핀 보라색 피튜니아와 수국에 물을 주던 제닝스는 수상한 사람이 정원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제닝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꽃에 물을 주고 있고, 나는 길 건너편에 사는 제닝스 목사"라고 답했지만, 경찰은 그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제닝스는 자신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뿐더러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것은 그가 흑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경찰은 제닝스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웠다. 이후 제닝스를 신고한 이웃 주민 어맨다가 자신이 제닝스를 알아보지 못해 실수로 신고했다고 경찰에게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은 경찰 보디캠에 고스란히 담겼으며 지난주에 제닝스의 변호사가 온라인상에 공개하고 나서야 검찰은 그를 불기소 처분하고 석방했다.
제닝스의 변호인은 "이는 경찰에 의한 학대, 협박, 인종차별 사건"이라며 "제닝스 목사는 불법적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앞서 지난달 29일 미 공영 라디오 NPR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고 보도가 나간 이후 칠더스버그 경찰 측은 "당시 제닝스가 경찰관의 요구에 따라 신분증을 보여줬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닝스의 변호인은 "제닝스가 경찰에게 자신의 이름과 직업, 주소를 말하고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면서 "앨라배마주 법은 그 누구에게도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